[시론] 부정당업자 제재와 ‘조자룡의 헌 칼’
보도일자 2011-12-13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국내 대형 건설업체 98개사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최저가 공사 저가심의용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 업체 중에는 시공능력 순위 50위권 이내 업체가 41개사나 포함돼 있다. 겉으로 보면 건설업체들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조달청이 지난 6월 지침을 개정할 때 저가심의용 제출 서류에서 세금계산서를 삭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저가심의 서류에서 세금계산서를 제외한 것은 그동안의 오랜 관행 등으로 그 진위 확인이 불가능해 제도 운영의 타당성이 매우 미흡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위 시 존재하던 처분 사유가 처분 시에는 없어지게 됐다. 당연히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 즉, 위법성도 소멸되거나 ‘경미한 수준’으로 경감돼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해당 서류 제출은 폐지되었지만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하므로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는 조달청의 주장은 과연 옳은가? 그렇지 않다. 법리적으로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인 제재 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재 사유 외에 처분을 하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98개 대형 건설업체 제재 처분은 공정한 경쟁과 공공 계약의 적절한 이행에 어떤 방식이든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재 요건은 또한 ‘불확정 개념’이다. 따라서 처분 관청은 제도의 목적, 관행, 경위, 위반 행위의 경중, 입찰에 미칠 영향, 건설업체가 받게 될 불이익 정도 등 구체적ㆍ개별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제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적 판단이 가미된 처분일 경우, 첫 위반이면서 그 위법성이 경미할진대 ‘자진 시정의 기회’를 부여했을 것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경기도가 내린 결정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는 지난 11월29일 열린 계약심사위원회에서 저가심의용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12개 업체에 부정당업자 제재를 면책한 것이다. 경기도의 면책 결정은 무엇보다 조달청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해 개정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즉, 최저가낙찰제의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타당성이 결여된 제도로 인해 건설업체의 허위서류 제출이 유발됐다는 점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고사지경에 처한 건설업계의 상황,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악영향 우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분의 원인 행위 및 처분 근거 등은 똑같은데 처분 결과는 판이하다. 둘 중 하나는 명백하게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 경기도의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이 제재 처분을 강행하려는 모습에서 ‘조자룡의 헌 칼’이 연상된다. ‘휘두르는 헌 칼’ 앞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떨고 있을 뿐이니…. 형법에서도 유ㆍ무죄의 판단보다 합리적 양형(量刑)을 더욱 중시한다. 처분 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유로 98개 기업의 공공수주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는 처분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과잉처벌이다.
이번 제재 처분으로 인한 피해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공공사 계약 및 이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공공공사 계약 및 이행을 제고하기 위한 제재 처분이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공사의 70% 이상을 처분 대상 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는 바, 대형공사의 정상적인 수행이 어렵게 된다. 턴키ㆍ대안 입찰은 사실상 중단된다. 처분 대상 업체의 상시 종업원 약 10만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4만여개사, 자재ㆍ장비업체 6만여개사 등에 종사하는 470여만명의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처분된 제재를 정정해 면책하거나 제재 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징금제도’가 도입되면 과징금으로 처벌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제도는 부정당업자의 책임은 과중하지만 제재 시 국가사업 차질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 등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제도다. 제재 처분의 내용을 대외적으로는 해당 발주기관의 입찰 참가만 차단하고, 기업 내부적으로는 문제된 공종만 입찰 참가를 제한토록 조정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제도 개선 없이도 가능하다.
사건의 발단은 조달청이 지난 6월 지침을 개정할 때 저가심의용 제출 서류에서 세금계산서를 삭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저가심의 서류에서 세금계산서를 제외한 것은 그동안의 오랜 관행 등으로 그 진위 확인이 불가능해 제도 운영의 타당성이 매우 미흡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위 시 존재하던 처분 사유가 처분 시에는 없어지게 됐다. 당연히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 즉, 위법성도 소멸되거나 ‘경미한 수준’으로 경감돼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해당 서류 제출은 폐지되었지만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하므로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는 조달청의 주장은 과연 옳은가? 그렇지 않다. 법리적으로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인 제재 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재 사유 외에 처분을 하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98개 대형 건설업체 제재 처분은 공정한 경쟁과 공공 계약의 적절한 이행에 어떤 방식이든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재 요건은 또한 ‘불확정 개념’이다. 따라서 처분 관청은 제도의 목적, 관행, 경위, 위반 행위의 경중, 입찰에 미칠 영향, 건설업체가 받게 될 불이익 정도 등 구체적ㆍ개별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제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적 판단이 가미된 처분일 경우, 첫 위반이면서 그 위법성이 경미할진대 ‘자진 시정의 기회’를 부여했을 것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경기도가 내린 결정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는 지난 11월29일 열린 계약심사위원회에서 저가심의용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12개 업체에 부정당업자 제재를 면책한 것이다. 경기도의 면책 결정은 무엇보다 조달청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해 개정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즉, 최저가낙찰제의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타당성이 결여된 제도로 인해 건설업체의 허위서류 제출이 유발됐다는 점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고사지경에 처한 건설업계의 상황,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악영향 우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분의 원인 행위 및 처분 근거 등은 똑같은데 처분 결과는 판이하다. 둘 중 하나는 명백하게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 경기도의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이 제재 처분을 강행하려는 모습에서 ‘조자룡의 헌 칼’이 연상된다. ‘휘두르는 헌 칼’ 앞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떨고 있을 뿐이니…. 형법에서도 유ㆍ무죄의 판단보다 합리적 양형(量刑)을 더욱 중시한다. 처분 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유로 98개 기업의 공공수주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는 처분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과잉처벌이다.
이번 제재 처분으로 인한 피해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공공사 계약 및 이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공공공사 계약 및 이행을 제고하기 위한 제재 처분이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공사의 70% 이상을 처분 대상 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는 바, 대형공사의 정상적인 수행이 어렵게 된다. 턴키ㆍ대안 입찰은 사실상 중단된다. 처분 대상 업체의 상시 종업원 약 10만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4만여개사, 자재ㆍ장비업체 6만여개사 등에 종사하는 470여만명의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처분된 제재를 정정해 면책하거나 제재 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징금제도’가 도입되면 과징금으로 처벌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제도는 부정당업자의 책임은 과중하지만 제재 시 국가사업 차질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 등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제도다. 제재 처분의 내용을 대외적으로는 해당 발주기관의 입찰 참가만 차단하고, 기업 내부적으로는 문제된 공종만 입찰 참가를 제한토록 조정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제도 개선 없이도 가능하다.